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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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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로 머물 것인가,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연극 '거울속 은하수'
[리뷰] 이대로 머무를 것인가,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연극 ‘거울속의 은하수’ 
 
 
   
(뉴스컬처=고아라 기자) 
1945년 8월 15일 정오 라디오에서 패전을 선언하는 일왕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일제가 미국에게 무조건적인 항복을 선언한 그날, 광복의 순간이다. 우리의 빛을 되찾은 경사스런 역사, 그 이면엔 민족의 아픔 또한 짙게 서려있었다. 조선의 왕자가 히로시마에서 원자폭탄을 맞아 한 줌의 재로 사라졌으나 그 슬픔조차 마음껏 달랠 수 없었던 몰락한 왕가의 씁쓸한 말로다. 연극 ‘거울속의 은하수(연출 신동인)’다.
 
이우 공의 장례가 치러진 그날, 일제와 함께 막을 내린 조선의 마지막 왕조를 비춘다. 그러나 이 연극은 우리에게 의인으로 남아있는 이우가 아닌, 살아남은 왕자 이건에 주목한다. 훗날 자신의 이름마저 버리고 모모야마 겐이치가 되는 것을 택한 조선 최후의 왕자다. 그는 의친왕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일제에 의해 길러졌고, 그 삶에 순응했다. 그리고 일제에 압제에 저항하려 했지만, 허망하게 목숨을 잃고만 동생 대신 살아남았다. 작품은 생존을 위해 조선인의 정체성마저 외면해야만 했던 그의 모습을 통해 역사의 거센 물결에 서서히 침식되어 가는 왕조를 드러냈다. 
 
연극 ‘거울속의 은하수’는 “고사성어도 변하는 시대”의 풍랑 한가운데 선 한 가족의 이야기다. 어느새 왕실 사람들에게 조차 전통과 격식이 지워진지 오래다. 아주버님과 아가씨라는 단어를 쉬이 입에 올리는 왕족의 모습은 관객에게 사뭇 생경함을 전하며 동시에 이 작품의 배경이 고작 60여년 전이라는 것을 깨우친다.
 
이들의 삶의 터전인 궁에서 조선의 모습은 이제 허울만이 남았을 뿐이다. 궁 안을 채우고 있는 소파와 축음기, 아르누보 스타일의 계단 등 서양의 문물들이 나라를 잃은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양장 차림을 한 왕족들은 상중인 집안엔 매캐한 향을 피우는 대신 화병에 하얀 국화꽃을 가득 꽂아둔다. 이제 이 곳에 이씨 왕조의 흔적이라곤 다 낡아빠진 잿빛 석상과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나무문, 그리고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가채를 틀고 한복을 입은 채 궁을 거니는 의친왕비의 모습이 전부다.
 

작품은 겉으로 보기엔 무능력한 아버지와 이에 반항하는 아들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500년 왕조가 무너진 것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은 느끼지 않을 채 조선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헛된 희망을 품은 망상가와 살아가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가리지 않는 현실주의자의 대결이 보인다. 상해임시정부로부터 온 김구의 서한을 받아들고 왕좌에 오를 부질없는 꿈을 꾸는 의친왕에게 “일본이 망함 이 왕가는 지원이 끊겨, 인제 전부 거지꼴이 될 테니, 굶어죽지 않고 싶음 나가 팥죽 장사라도 할 준비들이나 하십시오!”라고 호통을 치는 이건의 말은 일제의 패망과 함께 사라져버린 조선 왕조의 운명을 그대로 예언하고 있었다. 
 
이 작품의 결말 역시 역사가 말해준다. 조선의 왕족들은 모두 자신의 살길을 찾아 미국과 일본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이제 종묘에 제례를 올릴 때에나 그 잔상을 확인 할 수 있는 화석이 되어버렸다. 극은 갑갑한 궁궐을 떠나 새로운 삶을 결심하는 옹주 해경과 왕자 건,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조선 왕가의 자손을 남겼다 기뻐하는 의친왕과 그의 13번째 후실 홍정순을 대비시키며 관객에게 지난날의 영광은 그저 빛바랜 추억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결국 ‘거울속의 은하수’는 절대 손이 닿을 수 없는 허상일 뿐이다.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풍랑 앞에 과거의 영광만을 되새기며 자기 위안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 아니면 흐름에 발맞춰 살기 위해 몸부림 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판단은 객석의 몫이다.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거울속의 은하수’ 
극작: 신은수 
연출: 신동인 
공연기간: 2014년 4월 19일 ~ 4월 27일  
공연장소: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출연: 최형인, 박용수, 류태호, 신용욱, 김왕근, 추귀정, 이혜원, 조한준, 김희연, 김희정 
관람료: R석 3만원, S석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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